Life

딸아이의 첫 용돈

들바람 2008. 11. 17. 11:05

어제 맑은 일요일,

아침부터 집사람이 몸살인가보다.

하루 종일 힘들어한다.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점심도 지난 심심한 일요일 오후...

 

8살 먹은 우리 딸, 무언가 뒤적뒤적, 주섬주섬 찾아 챙기더니

난생 처음, 아빠에게 천원만 달라고 한다.

그리고는 "아빠, 잠깐 나갔다 올께요~" 쪼르르 문을 나선다.

무얼 하려는지 대충 알 것도 같지만 아무 말 않고 가만 두어 본다.

 

한참을 있다 들어온 딸아이 조그만 손에는 까만 비닐봉투가 들려 있다.

"뭐니?"

"히히~ 이거요"

우유비누 하나, 요즘 새로나온 '엄마사랑듬뿍담은 라면' 한봉지...

자기 딴에는 엄마가 아프니 약을 사 드리려고 자기 지갑에 있는 동전을 긁어 모아 약을 사려했나보다.

이런 일요일, 동네 약국이 모두 문을 닫아서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자,

엄마가 좋아하는 향기의 비누 하나와, 자기가 맛있다고 느끼는 라면을 사왔나보다.

 

이럴 때 코끝 찡~하지 않을 부모, 누가 있을까?

엄마는 딸래미 꽉~ 부여 안고 연신 뽀뽀를 날린다.

 

기특한 아이.

이제 조금씩 돈 쓰는 법을 배워가나 보다.

그래, 그럴 나이가 되었겠지.

우리 때는 어림없는 나이겠지만, 요즘 아이들이 어디 옛날과 같을까...

이제는 훌쩍 자란 딸에게 첫 용돈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한다.

 

-----

 

아침 학교 데려다 주는 길에 천원을 손에 쥐어 주었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한없이 맑게 웃으며 기뻐하는 모습에

어느새 용돈을 받을만큼 컸다는 사실을 이제사 느낀다.

건강하고 밝게 자라주기를 기도하는 아침이다.

 

 

- 2008.11.16(일) -